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대법관)이 17일 대선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과 관련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6·1지방선거를 흔들림 없이 준비하겠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날 전국 선관위 상임위원단의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야는 사전투표 부실 사태와 관련 오는 3월 21일 국회로 노 위원장과 사무차장 등을 불러 실태를 파악하고 책임을 물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 위원장은 이날 2900여 명의 선관위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국민께 불편과 실망을 드려 송구하다.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선거 부실 관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조직을 쇄신하는 한편, 부족하고 잘못된 부분을 채우고 고쳐 정확·신속하게 지방선거를 준비·관리해야 할 때”라고 했습니다. 이어 “목전에 다가온 지방선거를 흔들림 없이 준비하기 위해선 위원장으로서 (거취에) 신중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그것이 책임을 다하고자 함임을 이해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했습니다. 선관위 안팎에서 제기된 사퇴 요구를 수용하는 것보다 지방선거 준비에 힘을 쏟는 것이 더 책임 있는 모습이라는 얘기입니다.
앞서 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선관위원 회의에서 ‘선거 부실 관리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한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면직안을 의결 처리했습니다. 노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도 “제가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해졌습니다.
대선 사전투표 과정에서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전국 선관위 상임위원단이 선관위원장의 거취 표명을 촉구하는 초유의 사태가 이어지면서 선관위 안팎에서는 노정희 위원장이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하지만 여야는 현 선관위 상태로는 6·1지방선거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은 대선 부실 관리의 총책임자인 노 위원장의 사퇴를 통해 조직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무신불립(無信不立·신뢰 없이 설 수 없다)”이라며 “노 선관위원장의 길은 이제 사퇴뿐”이라고 했습니다.
강민국 원내대변인도 “선관위원장은 ‘염치’가 있다면 당장 사퇴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무능한 선관위원장의 지휘 아래 직접·비밀투표의 선거 기본 원칙은 무너졌다”면서 “사전투표 날 큰 혼란이 예상되는데도 휴일이라 출근하지 않았다는 것은 선거 관리 중책을 맡은 책임자로서 기본 소양을 의심케 한다”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선거 사무는 국민의 선택과 결과에 대한 신뢰로 국가 운영의 기회가 오가기 때문에 단순한 실수로 여기며 넘어갈 수 없다. 한 번의 실수로 족하다. 물러나시라”고 썼습니다.
대한변협도 이날 성명에서 “노 위원장은 부실 선거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며 “제20대 대통령 선거 기간에 부실한 선거 관리와 미흡한 대처로 투표 과정에서 일대 혼란을 초래했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노 위원장 개인 책임을 넘어 중앙선관위원 구성 자체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심판’으로서 중립성이 생명인 선관위 구성이 현 정권에 유리하게 편향돼 있다는 것입니다. 중앙선관위원은 정원 9명 가운데 2명이 공석이어서 현재 7명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국회 여야 추천으로 임명된 조병현 선관위원을 제외한 6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김명수 대법관 및 민주당이 지명·추천한 인사들입니다.
시·도 선관위를 책임지는 상임위원들도 전날 건의문에서 조직 내 사기 저하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사무 비협조 등을 우려하며 “선거 관리 부실 책임이 있는 간부의 즉각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남에 따라 조직 내 분란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은 라디오에서 노 위원장을 포함해 선관위원 7명의 전원 사표를 촉구하면서 “이대로 끌고가면 국민이 선관위를 안 믿는다. 선거 끝나면 만날 부정선거(의심) 소리가 나온다”고 했습니다.
여야는 오는 21일 국회 회의를 열어 대선 부실 관리 사태에 대한 실태 파악과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국민의힘은 노 위원장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 위원장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로 노 위원장이 사무차장 등 실무급을 대신 보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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